[시] 바램
기묘년 새해 풍족히 내린 비가 마른 땅을 적신다 작년에는 한 번도 오지 않은 매정했던 그 호수 바닥이 거북등 되고 산등성이는 마른 땅 되어 푸석거려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그가 일 년 내내 야속하기만 했는데 어느 별의 사막을 정처없이 걷는 듯 했다 우리는 오랜 기다림 끝에 그가 와서 울음 한바탕 쏟아 내니 들녘이 소년처럼 푸릇히 살아나고 멀쭉이 먼 산만 바라보던 가로수들이 온 몸으로 춤을 춘다 우산을 들고도 흠뻑 그에게 젖어 들 수만 있다면 모퉁이 길 몇 번 돌아야 있는 마켓에 가는 것쯤 대수랴 그의 줄기찬 방문으로 찰랑찰랑 차 오르는 호숫가에서 채널5번의 예쁜 아나운서가 여전히 그를 맞으며 생수 같은 소식 전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나의 새해 바람이다. 엄경춘 / 시인시 바램 기묘년 새해 호수 바닥